[원가족문제]부모의 불안은 전염된다





보웬 이론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 개념이 있는데 

바로 '핵가족 정서 체계'와 불안이다. 


핵가족 정서 체계란 

'핵가족은 정서적 단위'라는 의미다.

그런데 핵가족이 정서적 단위(emotional unit)라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일까?


쉽게 생각하면 한 가족 구성원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목장의 소 떼를 생각해 보자. 그중 한 마리의 소가 전기 울타리에 닿아 울부짖고 있는 상황이다. 


소는 매우 불안한 상태.


이때, 같은 울타리의 다른 소들이 그 불안을 전달받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괴로움에 울부짖는 소의 불안은 거의 즉시 다른 소들에게 전달된다. 최초 한 마리의 불안을 다른 소들이 흡수한 것이다.  이 울타리 안에 있는 소들은 같은 정서적 체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멀리 떨어진 울타리 안에 다른 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거나 약간 초조해질 수는 있지만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소들에 비하면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소들은 또 다른 정서적 체계인 것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족 내 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울타리의 소떼 마냥 모두가 불안해진다.  이것은 곧 핵가족은 하나의 정서적 단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가족 내 누군가의 불안은 빠르게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불안이 자녀에게. 

보웬 이론에서  '불안'은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 정서적 단위를  '불안이 이동하는 범위'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불안에는 급성 불안만성 불안이 있다.


급성 불안은 (Acute Anxiety)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실제 위험에 따른 생리적 반응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다행히 우리는 불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위험이 감지되자마자 우리 몸에서는 아드레날린 혹은 에피네프린이 부신으로부터 분비되고, 맥박과 혈압이 상승하며,  발한을 고조시켜 3F 반응을 하게 한다.  *3F 반응: 도망가기, 싸우기, 얼어붙기 


따라서 이러한 급성 불안은 단기적으로 경험되는 것이고 개인의 적응을 위해 순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만성 불안 (Chronic Anxiety)은 다르다. 만성 불안은 실제적인 위험이 없음에도 느끼는 불안이다. 거부당할까 봐, 실수할까 봐, 외롭게 늙어 갈까 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실패할까 봐...  실체 없이 계속 찾아와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이 만성 불안인 것이다.  


만성 불안은 급성 불안과는 다르게 개인의 적응 능력을 떨어뜨리며, 가족 안에서 빠르게 전념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로 말이다. 


때문에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만성 불안의 정도는 일반적으로  가족 구성원의 평균치의 불안을 기저선으로 갖게 된다.  또한 만성 불안은 현재의 소득이나 관계의 상태보다는 어린 시절의 성장 과정에서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적절히 다뤄지지 않으면 전 생애를 통해 지니게 된다. 


그렇다면 자아 분화와 이 불안, 가족의 정서 체계는 어떤 상관이 있을까?


불안이 높을수록 가족들은 융합하고  자아 분화 수준이 낮아진다. 융합은 위기 상황에서 혼자 고립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하지만 사실 융합 자체는 오히려 불안을 더 가중시킨다. 누군가와 융합되어 있는 상태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들은 그 불안하고 불편한 느낌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된다. 


과연 불안해진 가족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족체계는 이 불안을 다루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전형적인 패턴을 취하게 된다.


<가족체계가 불안에 대처하는 전형적 패턴들 >


1. 삼각화하기

2. 부부 싸움하기

3. 정서적 거리 두기 

4. 역기능적 배우자

(이 네 가지 전형적인 행동 패턴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같은 행동들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적당히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성 불안 속에 노출된 가족들이 낮은 자아 분화 수준으로 '자기를 상실'하며 한 가지 행동이 불안을 다루는 유일한 출구로 이용될 때, 그리고 이것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를 때 그 가족에는 표면적인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