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애착]유아애착은 성인애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추격형과 회피형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애착이론을 바탕으로 한 연구들을 따라가보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애착이론의 아버지인 보울비John bowlby가 이론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했다면, 메리 에인즈워스Mary Dinsmore Ainsworth는 애착이론을 실험적 방법으로 증명하며 체계적인 이론의 단계로 발전시켰다. 그녀는 보울비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기 부모와의 관계 경험이 개인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학계의 분위기는 그녀의 주장에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하는데 이것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낯선 상황 실험'이다. 


'낯선상황 실험'은 출산을 앞두고 있는 26가정을 선별해 생후 1년에 이르기까지 엄마와 아기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한 후, 아기가 12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에게 낯선 상황을 제시한다. 그 낯선 상황이라 함은 다음과 같다. 


Source:  University of Washington,  Institute for learning & brain sciences


(1) 아기와 엄마는 장난감이 있는 낯설지만 편안한 방에 들어온다. 

(2) 엄마와 아기 둘이 방에 남겨진다. 

(3) 낯선 사람이 방에 들어온다. 

(4) 엄마가 나가고 아기는 낯선 사람과 둘이 있다. 

(5) 엄마가 돌아오고 낯선 사람은 방을 나간다. 

(6) 엄마는 아기를 두고 다시 방을 나간다. 아기는 완전히 혼자 남겨진다.

(7) 낯선 사람이 들어와 아기를 달래는 시도를 한다. 

(8) 엄마가 돌아오고 낯선 사람은 방을 떠난다. 



실험은 낯선 스트레스 상황에서 엄마와의 분리와 재회 과정을 통해 아이의 내적 체계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설계됐다. 실험에서 측정한 것은 아래 네 가지였다. 

- 아기의 탐험 정도 (amount of exploration) 

- 엄마가 떠났을 때 아기의 반응 

- 모르는 사람에 대한 불안함 

- 엄마가 돌아왔을 때 아기의 행동


생후 12개월 된 영아들은 애착 시스템의 경보가 울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연구 결과 영아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안정형 secure

첫 번째 그룹의 아기는 엄마가 곁에 없어지자 불안해하며 울었지만 엄마가 돌아왔을 때 쉽게 진정되면서 놀이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일차적 애착 전략만으로도 애착 시스템이 안정화가 된 것이다. 아인스워스는 이 아기들을 안정형 secure으로 분류했다. 약 66%의 영아가 안정형에 해당했다. 


회피형 avoidant 

하지만 어떤 영아들은 놀랍게도 엄마가 밖으로 나가든 들어오든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엄마가 같이 다가가서 놀아주려고 해도 귀찮아 하거나 싫어하는 행동을 보였다. 바로 두번째 유형인 회피형avoidant 이다. 놀랍지 않은가? 회피적인 성향이 12개월 때부터 나타나는 것이다. 회피형 영아의 비율은 약 22%를 차지했다. 


저항형 resistant 

세번째 그룹의 영아들은 엄마가 없어지자 격렬하게 저항하며 울었고 엄마가 돌아와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이 그룹을 저항형resistant으로 분류했다. 이들은 전체의 약 12%를 차지했다. 



혼란형 disorganized

마지막으로 아인스워스의 제자인 메인Mary Main은 후속 연구를 통해 이 세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은 아기들을 발견하고, 네 번째 그룹인 혼란형disorganized으로 유형화했다.  혼란형 아이들은 엄마를 보고 뒷걸음질을 치거나 얼어 붙은 상태로 있는 등 부모 앞에서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이상 행동을 보였다. 


영아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애착 시스템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는 엄마의 양육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안정형의 엄마들은 엄마들은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부정적인 감정을 잘 받아주어 자녀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일관적이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아이를 돌봤다.

회피형 영아의 엄마는 아이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아이보다 자기 일이 우선이거나  아이와 감정적인 교류가 적다거나  스킨십이 적었다. 반면 저항형 영아의 엄마는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긴 하지만 그것이 일관적이지 않고 그때그때 자기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자기 감정을 과도하게 아이에게 표현하거나 불안지수가 높아 과보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려움형은 부모가 아이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경우 나타났다.이후 칼슨과 그의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혼란형으로 분류된 영아의 82%가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12개월 된 이 아기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성장해서도 똑같은 애착 전략을 사용했을까?   

미네소타 대학의 알랜 스로우페 Alan Sroufe 교수는 영아의 애착유형이 유아기와 성인이 되었을때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했다. 소위 미네소타 연구로 불리는 이 연구는 '낯선 상황' 실험에 참여한 영아들을 추적 조사하여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애착 유형별 특징을 다루는데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이 연구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2-3세가 된 아이들의 변화를 살펴보면, 안정형 아이들은 엄마의 이야기에 잘 순응했고, 정서적으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었으며 충동을 잘 조절할줄도 알았다. 반면 회피형은 삐지거나 투덜대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고, 저항형은 웃거나 기쁜 긍정적인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4-5세가 되었을 때, 안정형은 어려운 문제를 보다 주도적으로 풀려는 모습을 보였으며, 참을성이 높고, 새로운 물건에 더 높은 호기심을 보였다. 놀이터에서는 활기차게 놀았지만 이야기를 듣는 시간에는 조용히 경청했으며, 적극적으로 친구 집단에 참여했다. 친구들을 못살게 굴거나 자신이 희생당하지도 않았다. 

반면, 회피유형은 친구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때 주로 저항형 아이들의 희생양이 되었다. 회피형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경향을 보였다. 저항형은  너무 자기 필요에만 몰두하여 다른 친구들과 감정을 잘 나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안정 애착 유형의 아이들은 모두 교사들 옆에 앉거나 무릎 위에 앉는 행동이 더 많이 나타났는데 특히 양가형이 더 심했다. 


청소년기에서는 안정형 아이들이 불안정 애착 유형의 아이들보다 형제, 또래, 친구, 교사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또한 호기심이 많고, 문제 해결에 더 끈기가 있었다. 보다 독립적이고 안정감이 있었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잘 요청할 수 있었다. 

성인기의 연구에서도 생후 12~18개월에 안정 유형에 속했던 사람들이 불안정 유형에 속했던 사람들보다 갈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관계에서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했는데,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의 애착 유형과 성인기의 애착 유형 간에는 약 80%의 일치성을 보였다. (Suess&Sroufe, 2005)


미네소타 연구는 유아기 애착 유형과 성인 애착 유형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 연구다. 


부부 관계에서 한 쪽은 추격자가 되고, 한 쪽은 회피자가 되기 쉽다. 부부가 이런  추적-위축의 고리에 빠졌을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상대가 미워서, 혹은 사랑하지 않아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무시하기 때문에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어린 적부터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견고하게 발달시켜온 무의식적 반응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신의 연구들은 심리상담을 통해 불안정 애착유형을 안정 애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불안정 애착 유형의 부부가 해야 할  과제는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고리에서 빠져나와 보다 안정적인 애착 유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Source : University of Washington, Institute for learning & brain sci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