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차이]개미형 x 베짱이형 커플의 특징







지난 화에서는 능력의 시기에 상처와 결핍을 경험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어떤 부부 갈등 패턴을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달리는 선희 씨와 그 자리에 꼼짝않고 움직일 생각이 없는 수호 씨. 이 둘이 가정을 함께 꾸려가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를 기준 삼아 상대를 보면 그저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될 노릇이다.

그러나 나의 기준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상대도 나와 동일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나의 성장에 꼭 필요한 부분을 상대는 이미 터득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 지금부터 능력의 시기에 상처를 경험한 선희 씨와 수호 씨의 어린 시절을 함께 살펴보며 이들의 내면에 관심을 가져보자.



능력의 시기

충분한 인정과 칭찬이 필요한 때

아이는 성장하면서 점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특히 능력의 시기에 해당하는 4세부터 7세까지는 소근육 운동 기술이 상당히발달하고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과 종합적인 사고와 인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등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또한 유치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아이는 무언가 배우고 성취함으로써 자신이 유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증명하고 싶어한다. 비록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이 아직 무언가 성취하기에는 부족할지라도 성취에 대한 욕구는 이 시기에 불가항력적이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결과와 상관없이 "훌륭해"라는 말을 듣기를 갈망한다.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을 집에 가져와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며 그들로부터 "오, 굉장한데!"라는 칭찬을 듣고 싶어한다. 

부모로부터 칭찬을 받은 아이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능력을 키워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글씨를 계속 쓰고 그림을 계속 그린다. 그러다 보면 아이의 결과물은 나날이 발전하며 그 결과 아이는 점점 자신의 능력에 대해 만족감을 갖게 된다. 



완벽만 요구받은 성취는 

경쟁적인 자를 만든다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와 달리 아이의 능력이나 기술은 무언가를 완벽히 수행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글씨를 거꾸로 쓰기도 하고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들의 성취는 아직 완벽하지가 않다.

그런데 이때 부모가 아이의 성취 자체를 인정하고 칭찬해 주기보다 아이가 완벽히 성취한 부분만 인정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오히려 지적하고 혼을 낼 때 아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완벽히 해내야만 인정받는 경험은 아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경쟁하게 만든다. 단순히 주변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와 경쟁을 하게 된다. 살면서 마주하는 일련의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 애쓰며, 늘 더 일하고, 더 성취하고, 더 성공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것을 해도 좀처럼 만족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완벽의 기준은 끝이 없으나 자기가 경험한 세상에서는 그 기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나의 존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경쟁적인 자로 성장한 선희 씨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선희의 어린 시절,

선희 씨의 가정은 각각 두 살 터울의 사 남매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늘 집에서는 누군가 소리를 지르거나 싸우는 것이 일상다반사였고 누구도 그것을 저지하거나 중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평생 집에서 살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았는데, 선희 씨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항상 힘이 없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의 가정에서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주목을 받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사 남매 모두에게 나눠 줄 시간과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업적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서는 항상 누군가와 경쟁을 해야만 했다. 

어린 선희가 부모님의 관심과 인정을 받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모든 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학창 시절 내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며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걸 스스로 용납하지 않았다. 또한 집에서는 틈틈이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했다. 그녀는 항상 많은 일을 했으며 쉬는 일이 없었다. 부모님에게 그런 선희 씨는 매우 듬직하고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그러나 사실 선희 씨의 내면에는 언제나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과 같이 최고가 아닌 이상 부모님의 사랑을 잃을 것만 같았고 쉬고 싶고 항상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지칠 때에도 그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수호 씨와의 결혼 생활에서도 선희 씨는 항상 많은 일을 했다. 그녀는 수호 씨가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많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거라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그녀 스스로가 쉬지 못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쉼은 능력이 도태되는 것이었고 능력의 도태는 곧 자기 존재에 대한 거절의 위협이었다. 



지지받지 못한 성취는

수동적인 자를 만든다

능력의 시기에 성취에 대한 욕구는 불가항력적이라고 했다. 아이는 성취를 통해 자신의 힘과 능력을 드러내고 그것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이가 다소 도전적이고 경쟁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고 하거나 어떻게든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그러다 지면 본인의 화를 못 이겨 울거나 악을 쓰곤 한다. 이런 경우, 일부 부모는 아이의 이런 모습을 매우 당황스러워한다. 혹여 너무 호전적인 아이로 성장하는 건 아닌가 불안한 마음에 다그치고 혼을 내기도 한다.

반면 어떤 부모는 아이의 성취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이의 성취가 크든 작든 그것을 지지하거나 칭찬해 주지 않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아이에게는 성취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낌을 심어준다. 아이는 성취하며 유능해지고자 하는 의욕을 잃게 되며 그 결과 점점 수동적인 사람으로 거듭난다. 경쟁을 기피하고 노력 자체를 거부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든 노력하지 않든 자신의 성취는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수동적인 자로 성장한 수호 씨의 어린 시절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수호의 어린 시절,

수호 씨는 비교적 안정적인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삼 남매의 늦둥이로 태어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누나가 두 명 있었다. 나이가 많이 들어 얻은 막내 아들인 만큼 집안 식구들은 모두 그를 예뻐했다. 그는 그가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중과 사랑을 받았다. 그를 향한 성취에 대한 기대나 압력은 거의 없었다. 그가 무엇을 하고 안 하고는 큰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어린 수호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할 무렵 그는 여느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취에 대한 욕구를 갖기 시작했다.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그런 그의 변화를 별로 환영하지는 않았다. 그가 어떤 성취를 하든, 그것이 크든 작든 똑같이 대했고 잘했다는 말보다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했다. 어린 수호는 부모님의 칭찬을 받기 위해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도전하고 경쟁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는 점점 세상이 말하는 유능함을 추구하지 않게 되었다.

선희 씨와의 연애 초반에도 수호 씨는 무엇을 증명하거나 대단한 사람이 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선희 씨는 자신의 여유로운 모습이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자기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을 받았기에 노력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그녀가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그녀는 점점 자신을 시험하고 비평하며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려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너무나 완벽했다. 그에게는 몹시 어려운 일을 그녀는 매우 쉽게 하는 사람이었다. 수호 씨는 그녀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느꼈고 그런 자신의 무능함이 증명될 바에야 오히려 노력 자체를 안 하는 것이 덜 고통스러웠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두 사람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두려움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무능함이 증명되는 것이 두렵다. 선희 씨는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경쟁을 멈추어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고 수호 씨는 지금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경쟁을 시작할 때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날까 두렵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무조건적인 칭찬이다. 자기가 한 일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이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수호 씨가 더 성취지향적으로 무언가를 할 때 그것이 크든 작든 성취 자체로 대단하다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반면 선희 씨는 어떤 일을 덜 하거나 잘 못하더라도 그 일이 그대로 충분하고 대단하다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선희 씨의 경우 그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즉, 수호 씨가 노력해야하는 부분은 도전과 경쟁이며 선희 씨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수용과 아량이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을 이미 가지고 있으며 잘 가르쳐 줄 대상을 사실 상 바로 옆에 두고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때 그 전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변화와 성장이 우리 가정 가운데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