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이유


많은 사람들이 '진짜 나'를 찾고 싶어한다.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것,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 삶을 즐기는 것 모두  '진짜 나'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무색하게 '진짜 나'를 만났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체 왜일까? 여러가지 노력을 해보지만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진짜 나.’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대체 왜 이렇게까지 어려운 것일까?  오늘 그 원인을 살펴보자. 


진짜 나를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방해꾼, 미해결 과제

우리의 마음은 살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감정과 욕구를 느낀다. '아,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주면 좋겠다' 등 그 순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나 감정이 우리의 의식 가운데 떠오르게 된다. 그럼 우리는 그 의식 가운데 떠오른 욕구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을 취한다. 

예컨데, 공부를 하다 갑자기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으면 우리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잠시 하던 공부를 멈추고 물을 찾아 마실 것이다. 그러면 갈증은 해소되고 다시 공부에 열중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주변에 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갈증은 해소되지 못하고 공부를 하면서도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는 계속 의식 가운데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물을 찾아 마실 때 비로소 그 욕구는 사라진다. 

이처럼 우리는 어느 한순간에 가장 중요한 욕구나 감정을 의식 가운데 떠올리고 그것을 환경과의 교류를 통해 적절히 해소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게슈탈트 심리 이론에서는 이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목이 마르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알아차림)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행동을 하는 것(접촉)이다.  이 두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적절히 해소되지 않은 욕구나 감정은 미해결과제Unfinished Business라는 이름으로 무의식에 남아 진짜 나를 찾는 것을 방해하고, 관계를 꼬이게 만들며 나다운 삶을 사는 것을 방해한다. 




스스로 목이 마르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건강한 사람은 매 순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려 의식 가운데 떠올릴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지각하지 못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의 자연스러운 욕구의 알아차림과 해소의 과정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 결과 미해결 과제는 점점 쌓이게 된다.


목은 마르지만,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역시 미해결과제로 남는다. 따라서 알아차림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욕구를 환경과의 교류를 통해 적절히 해소하는 '접촉'이다. 이 접촉의 과정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 주면 좋겠다’는 욕구가 의식 가운데 떠오를 때,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대상을 찾을 것이다. 내 마음을 진솔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 연인 또는 친구가 있다면 그에게로 가 나의 감정과 위로받고 싶은 욕구를 순수하게 개방할 수 있다. 이때 그 상대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준다면 위로받고 싶던 나의 욕구는 상대와의 접촉을 통해 적절히 해소되고 이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진정한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 만큼이나 접촉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접촉은 나와 환경, 특히 나와 타인 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접촉은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즉, 나의 고유성과 독립성은 유지하되 상대와의 접촉을 통해 나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리적, 신체적으로 혼란이 생기고 내가 누구이며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자기이고 어디서부터 타인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알아차림과 접촉을 방해하는

여섯 가지 장애물 

그렇다면 이 자연스러운 알아차림과 접촉의 순환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의 이론 중 하나인 게슈탈트 이론에서는 우리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접촉하는 과정을 가로막는 여섯 가지의 장애물이 있다고 본다.이 여섯 가지 장애물은 바로 내사, 투사, 반전, 편향, 융합, 자의식이다. 하나씩 살펴보며 이 중 나에게 있는 방해물은 무엇인지 찾아보자. 




내사는 환경의 요구를 나의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즉, 타인의 말이나 가치관이 자신에게 적절한지 선별하지 못한 채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사가 심한 사람들은 타인의 기대나 요구에 맞추어 사는 데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 수동적인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삶의 목표를 정하여 창의적인 삶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고 늘 피상적이고 판에 박힌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어른들로부터 항상 '모범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거나 사춘기도 큰 반항 없이 지나온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모습이 있다고 해서 다 내사가 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엿한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의견이라면 절대 순응한다거나 늘 자신의 의견보다는 타인의 의견을 따른다면 내사가 심한 것일 수 있다. 


투사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이나 욕구, 감정을 타인에게 속한 것으로 지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자각하고 접촉하는 것이 두려워 그 책임의 소재를 타인에게 돌리는 것이다. 자신이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으면서 그런 자신을 용납 못해 상대가 자신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다 생각하거나 사실은 자신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면서 타인이 자기를 그렇게 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투사의 예이다.

투사가 심한 사람들은 스스로 착한 사람, 옳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내사된 가치관이나 도덕적 기준이 매우 견고해 그것에 반하는 특정 욕구나 감정, 생각을 본인이 갖는 걸 허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남탓을 많이 하며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 피해의식이 많고, 타인의 말이나 특정 행동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며 방어가 심하다. 


융합은 서로의 독자성은 무시하고 서로에게 지나치게 밀착되어 동일한 가치와 태도를 지녔다 여기는 것을 말한다. 보통 외로움이나 공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융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사람들에게 혼자 있는 것은 매우 큰 공포로 다가온다. 외로움과 공허감을 직면할 바에는 자신의 개성과 주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

융합이 심한 사람들은 대개 상대에게 매우 의존적인 경향을 보이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상대와의 관계에서 갈등이나 불일치의 상황이 생기면 지나친 불안감과 죄책감을 느낀다. 이들에게는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며 '너의 슬픔이 곧 나의 슬픔'이다.


타인에게 하고 싶은 행동을 자기 자신에게 하거나, 타인이 자신에게 해 주길 바라는 행동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는 타인에게 화를 내고 싶은데 자기 비난을 하거나 타인에게 위로을 받고 싶은데 스스로 위로를 하는 것이다. 접촉과 상호작용의 대상이 대부분 자신이다.

반전이 심한 사람들은 대개 어린 시절 성장 환경이 억압적이거나 비우호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했을 때 그것을 누군가 받아준 경험이 적다. 

반전은 분노 감정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외부로 표출되어야 했던 분노는 자기 자신에게 반전되어 표출된다. 이들은 자책이 심하고 죄책감과 우울감을 많이 느끼며 분노와 더불어 다른 긍정적인 정서 또한 잘 인식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다.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고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그들로부터 거부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모두 크다. 그러하다 보니 자신이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염려해 자신의 진정한 욕구나 감정에 따라 행동하지 못한다.

타인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해 본인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완벽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할 수 있으며 정말 심한 경우에는 대인공포증을 보이기도 한다.


관계 속에서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내적 갈등이 일어날까 두려워 타인과의 접촉 자체를 피하거나 자신의 감각을 둔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내면의 불안을 방어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편향이 심한 사람들은 갈등이 예상될 때 말을 장황하게 하거나 초점을 흩트려 핵심을 피해가려고 한다. 상대가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 상대를 쳐다보지 않거나 웃어넘기려 하는 것도 편향의 예이다.

이렇게 하면그 순간의 고통을 모면하거나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좌절을 예방할 수는 있겠지만 타인과의 진실된 접촉은 불가능하다. 편향이 습관화되며 타인이나 환경으로부터 고립될 수 있으며 삶의 활력과 생동감을 잃을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편향시킴으로서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게 되는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도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진정한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것을 해소하지 못하면 미해결 과제는 점점 쌓인다. 그리고 미해결 과제가 쌓일 때 우리는 삶을 생기 있게 살지 못한다. 진정한 나를 만나지 못할 뿐더러 타인과의 의미있는 진실한 만남 또한 갖지 못한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 나 그리고 타인과 접촉하고 있는지, 혹 그것을 방해하는 모습들이 내게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Reference

권석만. (2012).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 : 마음의 치유와 성장으로 가는 길. 서울: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