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심화] 멘탈라이징 높여주는 다섯 가지 질문

불안정 애착을 안정 애착으로 만드는 멘탈 트레이닝, 실체가 없어 보이지만 우리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멘탈라이징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한 신디의 메이트라면  궁금할 것이다. 


대체 어떻게 멘탈라이징 능력을 높일 수 있을까? 

오늘은 멘탈라이징의 과정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보고, 나와 그의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멘탈라이징은 복합적인 과정이다

멘탈라이징을 일상에서 활용하기 전에 이것이 얼마나 복합적인 과정인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멘탈라이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과정이다. 따라서 멘탈라이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다양한 측면들을 시각화하여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 그림은 멘탈라이징의 구성 요소를 도식화한 것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신디와 함께 찬찬히 살펴보자. 




복잡한 관계, 세 가지가 얽혀 있다


자기 vs 타인 Self  vs  Other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처럼 관계도 그렇다. 내가 있고 너가 있어야 관계도  존재한다. 멘탈라이징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함께 이해하는 것은 멘탈라이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게 이해이자 배려 아닌가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 모르겠어요" 


자신도 모르는 자기 마음을 남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 만큼 비현실적인 기대도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모르거나, 알아도 표현하지 않거나, 듣고도 이해하지 못해 반복되는 불화의 고리 패턴에 빠진다. 

예를들어,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보다 열등감을 느낀 아내가 자신의 마음을 멘탈라이징을 하지 못한다면 괜히 옆에 있는 남편에게 화를 표현할 수 있다. 반대로 아이 때문에 기분이 울적해 있는 아내의 표정을 보고, 상대의 마음을 멘탈라이징 하지 못한 남편은 아내가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생각해 도리어 아내에게 화를 낼 수 있다. 더 안타까운 경우는 상대방이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는데도 상대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멘탈라이징은 역동적이다. 즉,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내가 어떻게 멘탈라이징 하냐에 따라 나의 감정이나 생각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부부 관계가 어렵다면 기억하자. 잘잘못을 따지는 것으로는 꼬여 버린 관계를 풀어갈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역동의 고리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먼저 하면 된다. 



무의식적 vs  의식적 Non-conscious  vs  Conscious

멘탈라이징은 무의식적인 차원과 의식적인 차원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다.



나와 상대방의 내적 세계에 대해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멘탈라이징을 암묵적 정신화라고 한다. 암묵적 정신화는 어떠한 노력이나 집중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데, 감정의 영역과 관련이 깊다. 

남편의 찡그린 표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짜증이 올라온다. 이렇듯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그 이면의 마음을 순간적으로 감지하는 것이 바로 암묵적 정신화이다.


반면 의식적 멘탈라이징명시적 정신화라고 하며 이것은 통제적이고, 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왜 저렇게 뾰루퉁해져 있지?' 

 '나 오늘 왜 이렇게 폭식하는거지?' 


나와 상대방의 내적 세계에 대해 노력을 들여 의식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의식적 멘탈라이징은 반영, 주의, 의도, 자각 등의 과정을 거쳐 언어로 표현되며, 인지의 영역과 관련이 깊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완벽하게 구분되기 어렵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멘탈라이징을 서로 오가면서 동시에 사용한다. 의식적인 노력을 아무리 해도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나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것들을 탐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인지적 vs 정서적 Cognitive  vs  Affective

멘탈라이징은 마음을 돌아보는 능력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크게 생각과 감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멘탈라이징은 인지의 영역과 정서의 영역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포괄적인 정신화는 이 인지와 정서의 통합을 요구한다. 

두 가지를 구분하고 이것을 균형 있게 통합할 때 우리는 자신과 상대에 대해 제대로 된 정서적 통찰을 얻는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상당한 수준의 인지적 멘탈라이징은 가능하지만 정서적  멘탈라이징은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이들의 경우 장황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정서적  멘탈라이징 에만 압도되는 경우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될 수 있다. 



기술보다 중요한 애티튜드

멘탈라이징은 이렇듯 여러 요소가 역동적으로 얽혀 일어나며 이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에 기술적인 것, 방법적인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을 대하는 태도이다. 우리가 무엇을 행하는 데 있어 어떠한 태도로 임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태도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멘탈라이징과 부부 관계와 같이 성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은 더욱더 그러하다.  


멘탈라이징 능력을 높이고 더 건강한 부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성장을 원하는 신디의 메이트라면 아래의 다섯 가지 애티튜드를 장착해보자. 


#1. 알고 싶어하는 태도

멘탈라이징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와 상대방을 '알고 싶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나' 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오직 나에게만 관심이 있고, 상대의 마음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멘탈라이징 능력 뿐 아니라 건강한 관계와 삶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는 저 사람 마음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배우자가 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아마도 관계 외상Relationship trauma과 같은 큰 상처로 인해 멘탈라이징을 할 정신적인 에너지가 없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무리하게 혼자서 멘탈라이징을 트레이닝하기 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심리적 에너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2. 겸손함

'알고 싶어하는 태도'는 나를 그리고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고 단정짓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저 사람은 제가 젤 잘 알아요' 

글쎄 과연 그럴까? 평소 우리는 나와 나의 배우자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과오를 범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가장 가까이서 봐온 나이기에 내가 상대방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내가 그를 잘 안다고 단정짓는 그 행동이 오히려 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막는다. 나와 상대방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가정을 내 안에 세울 때 우리는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되고 서로를 알아갈 시작점에 설 수 있다.



#3. 인내심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긴 시간을 소요한다. 게다가 나 혼자만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배우자 또한 알아가는 과정이니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하겠는가. 부부 상담을 두 세 번 받고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관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 특히 어린 시절 상처가 역동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 관계를 실타래를 풀어 가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서로의 생각과 관점의 차이를 밝히고 그것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4. 인정과 수용

우리는 나와 나의 배우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사랑을 느끼는 방법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다르다. 문제는 그 다름을 바꾸려고 할 때 발생한다.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오직 나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바꿀 수 없는 것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자. 물론 당신의 배우자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스스로 변화를 원할 때 가능한 일이지 내가 억지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뜻이다. 나와는 다른 그의 관점과 생각을 인정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5. '왜'보다는 '무엇'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행동을 볼 때 '왜'라는 질문부터 하기 쉽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지?' 실제로 배우자와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묻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방을 정말 알고 싶어하는 태도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상대방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설령 그런 의도가 아니더라도 그 질문을 받는 상대방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그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걸까? 무슨 생각이 드는 거지?' 이와 같이, 원인에 대한 질문이나 설명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한 경험을 궁금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알고 싶어하는'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겠노라 다짐하더라도 막상 갈등 상황에서 이것을 바로 실천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늘상 반복되었던 모습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이전과 동일하게 반응하기가 더 쉬울테니 말이다. 



내용보다 과정이 더 중요 

상담을 하게 되면 상담가는 내담자에게 갈등이 있던 그 순간으로 '다시 되돌아가기'를 요청한다. 이는 당시에는 하지 못했던 멘탈라이징(정신화)을 상담실에서 상담자와 함께 해보는 것이다. 이처럼 갈등 상황에서 바로 멘탈라이징을 하기 어렵다면 먼저 과거의 그때로 다시 돌아가 그때 하지 못했던 멘탈라이징을 해 보는 것도 좋다. 


멘탈라이징은 그 내용 자체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즉 아직 미숙하더라도 정신화의 과정을 반복하고 연습하여 습관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멘탈라이징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갈등 상황이 왔을 때도 그 상황을 정신화의 태도로 대할 수 있다. 이를 체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숙련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아래의 질문에 답을 하며 스스로 '다시 되돌아가기'를 실천해 보자. 


  과거의 그때를 생각하며 아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REFERENCE

Bateman, A., & Fonagy, P. (2010). Mentalization based treatment for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World psychiatry : official journal of the World Psychiatric Association (WPA), 9(1), 11–15. https://doi.org/10.1002/j.2051-5545.2010.tb00255.x

이수림, 이문희 (2014). 상담 및 심리치료 성과의 효과적 핵심 요인. 인간연구(27), 95-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