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심화] 남편의 바람, 참고 사는 이유


바람 피우면 끝이지 어떻게 같이 살아?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용서하고 살 것인가', '이혼을 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바람 피우면 끝이지, 어떻게 같이 살아?" 굳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실제 외도를 경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3%이혼, 47% 결혼 유지

대개는 시종일관 한 가지 입장을 고수하기 보다는 하루에도 수 없이 양극단의 생각을 오가며 혼란스러워하게 되는데, Pittman의 연구에 따르면 외도를 경험한 부부의 53%는 이혼을,  47%는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외도가 곧 결혼 생활의 파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특히 특히 여성의 경우 외도 하나만으로 이혼을 결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됐어도 결혼을 지속하기를 원한다는 아내가 52%로, 이혼하고 싶다는 경우인 21% 보다 2.4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지속하기로 결정한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국가정법률 상담소 곽배희 소장의 연구에 따르면 자녀에 대한 걱정, 법적인 처리과정에 대한 부담감, 결혼에 대한 책임 및 의무감, 배우자에 대한 애정과 변화에 대한 기대, 이혼 후 생활 대책, 종교적인 이유, 이혼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배우자의 불응, 주변 사람들의 반대 등이 주된 원인이었고, 갈등의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더욱 그 정도가 심해지거나 거기에 또 다른 요인이 나타날 때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외도 이후에도 이혼 대신 가정을 지키기로 한 아내들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  무엇이 그녀들로 하여금 가정을 유지하게 했으며, 그녀들은 이혼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번 시간에는  <남편의 외도를 경험한 아내의 이혼에 대한 태도 사례 연구>를 통해 남편의 외도를 경험하였지만 이혼이 아닌 결혼 생활 유지를 선택한 아내들의 생각과 결혼 생활의 모습을 살펴보자.


연구 결과 아내들이 이혼을 선택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관계를 회복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남편이 현재 상황에서 외도를 그만두려는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로 나타났다. 


외도 이후 남편의 태도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반성하고 후회하는 경우와 반성은 커녕 당당하게 나오는  경우였는데 반성하고 후회하는 경우 외도 전보다 오히려 더 부부 관계가 향상된 커플도 있었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 한바탕 난리가 난 이후 남편이 많이 바뀌었어요. 가끔은 제 직장에 마중 나오기도 하고, 그동안의 마음고생 많았다며 위로해주기도 하고, 확실히 남편이 구박과 폭언이 훨씬 줄었어요  <아내 A> 

"저희는 남편의 외도 때문에 저희 부부뿐만 아니라 아들이 난리가 났었죠. 무조건 제 편을 들어주는 아들을 보면서 남편도 “다시는 엄마 맘 아프게 하지 않겠다”며 아들과 굳은 약속을 했어요. 제게도 “이혼하지 않고, 가정을 지켜준 것에 대해 정말 고맙다”며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서툴지만 애를 많이 쓰더라구요. 저도 남편의 이런 맘을 이해하려고, 용서하려고 해보긴 하는데 아직 그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아내 B>

"저 때문이래요. 제가 안대주니까 나가서 풀고 오는거라고. 자기는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고 하는데, 저는 모르겠어요. 한 번 그때 놀래서 그랬었는데.. 그래서 인지 옆에 가는 것, 같이 누워있는 것, 손 잡는 것 그런 것을 제가 거부했어요. 관계 갖는 것도 제가 거부했어요. 작은 애 낳고나서 한 번도 부부관계 갖은 적이 없어요. 7년 정도를 부부관계 없이 지냈어요. <아내 C>

"남편이 그 여자랑 같이 일을 해요. 애들도 어리고 그 여자가 사업상의 도움을 주고 있는데 어떻게 끝내냐고 그래요. “네가 나가서 돈 벌어오면 내가 딱 끊고 집에 있을게” 그러던데요 <아내 D>


그러나 남편이 반성하는 경우에도 아내들은 대부분 남편의 외도가 끝났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다시 외도를 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아내들은 모두 남편의 외도 이후 이혼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실제 이혼을 결심하기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기 다른 태도를 보였는데, 연구에 참여한 아내들의 경우 크게 3가지 경우로 나뉘어졌다. 



이 아내들에게 이혼은 어떤 의미일까? 

외도라는 큰 상처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Type1. 이혼체념형

"혼자서 살 자신도 없고, 재혼도 못할 것 같아요." 

첫번째 유형은 이혼 체념형으로 이들은 이혼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이혼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고, 이혼을 한다면 꼭 재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유형이었다. 이혼에 대한 두려움의 대안으로 재혼이 필수적이라 생각했지만 재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높거나, 외도 전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했던 경우, 지금의 결혼 생활과 재혼 후의 삶을 비교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Type2. 이혼불가형

"아무리 그래도 이혼 하면 안되는거죠."

두 번째 유형은 이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매우 커서 이혼이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이혼은 비도덕적이고, 병리적이며, 일탈적인 현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혼을 삶의 실패로 여기거나, 이혼 시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주고 싶지 않아 인내하며 결혼 생활을 유지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ype3. 이혼 보류형

"도장만 안찍었지 이미한거나 마찬가지죠. 애들 크고 준비되면 언젠가 할거예요. " 

세번째 유형은 이혼 보류 유형이다. 남편에 대한 신뢰과 애정이 모두 상실되어 더이상의 결혼 생활이 무의미하였으나 남편이 이혼에 동의해주지 않거나, 당장 경제적인 자립이 어려운 경우 아이가 클 때까지 이혼을 보류하고 있는 경우였다. 이들은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서는 더는 기대할 것도 희망도 없다고 판단해 자신과 남편의 삶을 분리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대로 관계를 방치해 둔다면 황혼 이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다. 


 연구자는 말미에 이런 논의로 연구를 마무리 한다.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부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그 대안으로서 이혼을 불가피한 사회 현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

이혼 후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위해 이혼 가족들을 위한 적절한 정책 대안이 필요함 

남편의 외도로 큰 고통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아내들이 다시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서는 정서적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전문 상담이나 부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함


그렇다. 안타깝게도 외도를 경험한 모든 부부가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상담을 받아도 현실적으로 관계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연구의 논의처럼 부부가 최선을 다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불가능한 경우,  그 대안으로 '건강한 이혼'이 가능함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해볼 수 있는 노력은 충분히 해봐야 한다. 특히 외도 케이스의 경우 섣부르게 용서나 회복을 시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사의 전문성과 역량에 따라 부부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성이 갖춰진 상담사를 만나되, 한 두 번의 상담으로 관계를 포기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상담사를 만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신디는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곳인가요? 이혼을 돕는 곳인가요?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회복이든 이혼이든 둘 중 하나만 하는 것이 좋지않겠냐는 이야기를 참 많이도 들었다. 브랜드와 서비스의 명확성이 떨어진다며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신디는 그 두 가지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길을 가든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길을 찾으려면 양쪽 모두를 고려해보는 충분한 탐색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디는 회복을 강요하지도, 이혼을 조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결혼이라는 어려운 여정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다 행복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그것이 회복이든 이혼이든.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인생의 큰 선택 앞에서 고려해봐야 할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말이다. 


논문이 아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외도의 상처로 고통받는 남편 역시 많다.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다가 신디를 찾아왔다는 남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신디를 만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많은 아내와 남편이 결혼과 이혼이라는 어려운 선택의 순간 앞에 방황하며 그저 견디는 삶을 살아간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는 방법을 모른 채 두려움에 이끌려 의도치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적어도 신디의 메이트라면 섣부른 이혼으로 후회하지 않기를, 반대로 이혼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저 참고 견디며 사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두려움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보자. 해보고 안되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이미 남남처럼 분리된 채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혼 보류라는 선택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그 선택에 옳고 그름은 없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다만 그 유예의 기간을 보다 건강하게 보내기를 바란다. 정체된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진짜 나를 만나야 한다.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잠재된 능력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보다 생각지도 못한 회복의 기회가 올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보다 건강한 이혼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